민족의식과 애향심을 높이는 계몽문학의 전형,
본격적인 농민문학의 장을 여는 데 크게 공헌한 작품
이경자 작가의 심훈 작품 읽기의 즐거움을 담은 추천글 수록
〈한국문학을 권하다 시리즈〉는 누구나 제목 정도는 알고 있으나 대개는 읽지 않은, 위대한 한국문학을 즐겁게 소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즐겁고 친절한 전집’을 위해 총서 각 권에는 현재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0명의 작가들이 “내 생애 첫 한국문학”이라는 주제로 쓴 각 작품에 대한 인상기, 혹은 기성작가를 추억하며 쓴 오마주 작품을 어려운 해설 대신 수록하였고, 오래전에 절판되어 현재 단행본으로는 만날 수 없는 작품들까지도 발굴해 묶어 국내 한국문학 총서 중 최다 작품을 수록하였다. 한국문학을 권하다 《상록수》에는 작가 이경자가 청소년 시기에 심훈의 작품을 읽었을 때 느꼈던 당시의 경험과 감동을 추억하며 심훈의 작품을 즐겁게 소개하고 있다.
심훈의 장편소설 《상록수》는 1936년 〈동아일보〉 창간 15주년 기념 문예현상모집에 응모하여 당선된 작품으로, 농촌계몽운동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31년, 동아일보는 창간 10주년을 기념하여 대대적인 브나로드 운동을 벌임으로써 엄청난 대중적 지지를 얻으며 본격적으로 번져 나간다. 그러나 1935년에 이르러 일제의 탄압과 규제 때문에 중단되고 만다. 이처럼 《상록수》는 브나로드 운동이 더 이상 불가능해지자 소설을 통해서라도 이 운동의 정신을 지속시키려 한 의도가 숨어 있는 작품이다.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한 축으로 삼아, 농촌계몽운동에 헌신하는 지식인들의 모습과 당시 농촌 실상을 감동적으로 담아내, 지금까지 농민문학을 대표하는 작품 중의 하나로 평가받았다.
심훈 장편소설 《상록수》는 농촌을 되살리려는 젊은이들의 농촌계몽운동을 주제로 1930년대 지식인의 관념적 농촌 운동과 일제의 경제 침탈사를 고발, 비판한 작품이다. 문학이 취할 수 있는 현실 정세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 그리고 극복의 상상력이란 두 가지 요소를 나름의 한계 속에서 실천하며, 대중적으로도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채영신과 박동혁이라는 두 주인공을 통해 민중 스스로 용기와 결단을 가지고 깨쳐 나가야 한다는 주체적 농촌계몽운동을 실현하였다.
지은이 심훈 (1901~1936)
본명은 대섭大燮, 호는 해풍海風. 1901년 노량진에서 태어났다. 1915년 서울교동보통학교를 나와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에 입학했고, 1917년 왕족인 이해영과 결혼했다. 1919년 3·1 운동에 가담하여 투옥되었다가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이 사건으로 퇴학당했다. 1920년 중국으로 망명하여 1921년 항저우 치장 대학에 입학했다. 1923년 귀국, 프롤레타리아 문학운동을 내세운 염군사焰群社의 연극부에 가담해 신극 연구단체인 ‘극문회劇文會’를 조직했다. 1925년 영화 〈장한몽〉에서 이수일 역을 대역하면서 영화와 인연을 맺었으며, 그해 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동맹(KAPF) 발기인으로 참여했다가 이듬해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1927년 도일하여 본격적인 영화수업을 받은 뒤 귀국, 영화 〈먼동이 틀 때〉를 원작 집필·각색·감독으로 제작했으며 이를 단성사에서 개봉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32년 고향인 충청남도 당진으로 낙향하여 집필에 전념하다가 1935년 장편 《상록수》가 〈동아일보〉 발간 15주년 기념 현상모집에 당선되었으며, 1936년 〈상록수〉를 직접 각색·감독해 영화로 만들려고 했으나 실현하지 못하고 장티푸스로 사망했다. 대표작으로 시집 《그날이 오면》, 장편소설 《상록수》《동방의 애인》《불사조》《영원의 미소》《직녀성》 등이 있다.
추천인 이경자
197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확인〉 당선. 소설집 《할미소에서 생긴 일》《꼽추네 사랑》《살아남기》, 연작소설집 《절반의 실패》, 장편소설 《혼자 눈뜨는 아침》《계화》《빨래터》《순이》 등이 있다.